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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2017-02-06 00:00
여자로써 열등한 맘이 엄청 올라왔는데, 그 모습 보기를 결사적으로 피하는 게 또, 제 관념입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하면서 의지를 내고 있던 차에! 이번 기수의 역활극 프로그램 시간에,
남자분과 책임지기 싫은 맘을 짝지 되어 푸는 데, 그 분을 통해서 자연스레 아버지 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돌아 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의 조각들을 꺼내서, 제 열등이의 하는 짓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아버지께 편지를 써 보려합니다. (아버지 열등이가 바로 제 열등이니까요. )
벌써부터 머리가 멍해지고,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정말 대박입니다. 이 관념~~ 눈앞이 캄캄해지고 눈물이 마구 쏟아질 것도 같습니다. **********************************************************************************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아버지! 참으로 오래만에 아버지를 불러봅니다. 평생을 오로지 잘 살기 위해 몸바치셨던 아버지! 아버지는 아버지와 형님을 먼저 보내고 홀어머니와 단 둘이 살다 엄마를 만나, (엄마 말씀으로는 숟가락 두개로 시작한 살림이었다고 했는데,) 그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려 무진 애를 써셨지요. 오로지 정신력 하나로! 남의 신세는 절대로 지지 않았고, 평생, 힘들다는 말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던 아버지! 피곤하다고 투정 한 번 부리지 않았던 아버지! 손가락 마디마디의 심한 관절염과 위 궤양으로 속이 쓰려, 하얀 액체(갤포스)를 보약처럼 챙겨 드셨던 아버지. 밖에서는 법 없이도 사는 호인 중의 호인. 집에서는 작은 것에도 터집을 잡으며 버럭버럭 화를 내는 독재자였던 아버지.
모내기나 가을 타작을 할 때, 새참이나 점심을 먹는 시간에 주변에 누군가가 지나가면 그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서 그 분께 막걸리나 밥을 먹여 보내야 직성이 풀리던 아버지. 그런데 정작 아버지는 누군가가 그렇게 하면 예의, 그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나 버리곤 했지요. 그것만이 아니라 품앗이나 남의 집 청을 받고 일을 해 주러 갔을 때도 그 집에서 주는 음식일체를 일절 입에 대지 않고 완벽한 일 처리로 일을 끝내고서는 집에 와서야 밥을 드셨지요. 하루 종일 굶고서 늦은 저녁을 드셨으니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요?
또, 손재주가 탁월하여 무엇을 만들든지 감탄할 정도였지요. 손으로 만들 수 있는, 삶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다 만들었지요.
대바구니, 짚신, 상여, 상여에 다는 꽃, 장구채, 앉아 타는 썰매, 지게, 똥장군, 2년마다 초가 지붕 갈기, 새끼 꼬기, 갈쿠리, 등등.. (물건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다 못 적겠네요.)
쇠 죽을 쑤기 위해 볏짚을 작두질 하는 것도 그렇게 잘게 썰 수가 없을 정도여서, 볏짚을 작두 밑으로 밀어 넣는 아버지보다 작두 위에 서서 발로 작두질을 하는 우리들은 고역이었지요. 그 장단을 딱딱 맞추지 않아 잠시 한 눈을 팔던 언니로 인해, 아버지 검지손가락이 살짝 잘려 나간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초 긴장이 되네요. (그렇게 정성담긴 쇠죽을 먹인 그 귀한 소를 둘째언니 혼사 비용으로 팔아버리고 나서, 논밭도 팔아 치워 , 농사일을 아예 접어버렸지요.)
사진 찍기 좋아하고, 여행 좋아하고, 멋 부리길 좋아했던 아버지. (제주도에서 엄마랑 말타고 흐뭇한 표정으로 찍은 사진 멎졌어요.) 부끄럼이 많아 남 앞에 나서길 싫어하던 아버지가 마을 잔치 때는 장구를 둘러 메고, 신명나게 덩더쿵 춤도 추셨지요. 평소엔 술 한방울 안 드시다가, 그 때는 권하는 막걸리를 사양않고 마시고는 멋들어지게 노래도 잘 부르셨지요.
인정받고 사랑받고 이해받고자 정말로 열심히 최선을 다하셨던 아버지!
아버지가 자랑스런 아버지가 되도록, 열심히 마음 닦을께요. 늦었지만,
존경합니다. 아버지! 많이 힘드셨지요. 이제 편히 쉬셔요. 아버지 살아 생전에 효도 한 번 제대로 못해 죄송해요. 제가 아버지 한을 다 풀어 드릴게요. 철떡 같이 믿었던 둘째아들 대신 제가! 아버지를 해탈시켜 드릴거예요.
기다려 주셔요.(저도 아버지 닮아 한다면 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 이렇게 글로 써보니 아버지의 열등함이 잘 보이네요. 저도 아버지를 빼닮아 애정결핍과 열등감의 지존이어서 어떤 일이든, 열등이를 들키면 죽음이기에 우등한 척! 완벽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누구도 못 믿어 내가 해야 직성이 풀리고, 그래서 버리고, 버리니 또 버림 받고.. 제 자신과 가족을 많이도 힘들게 했더랬지요. 지금도 그러고 있는 제 자신을 봅니다. 허허~~ 한탄이 절로 나옵니다.
열심히 청산하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실은, 존재의 수치가 정신병 수준임을 인정하고,
마음으로 더 깊이 들어가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많이 부끄럽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