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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라님, 궁금해요


사과 창고에 불이났어요 - 그림

2019-01-31 00:00

닉네임 '그림'님이 이메일로 보낸 질문 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혜라님~!

 

수행을 3번 참가한
그림입니다

 

며칠 전 사과 창고에 불이 났습니다

 

저희는 사과 농사를 하고 있는데 사과가 맛이 있어 주문이 많습니다
명절엔 사과가 모자라 공판장에서 사다 택배를 하기도 하는데 올 해도 수확량보다 주문이 많아 잔뜩 사과를 사다 쟁여 놓고 다음날 신나게 보내보자며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불이 났다는 소리에 달려가 보니 어제 사다 놓은 사과와 함께 트럭도 창고도 시뻘겋게 불에 타고 있었습니다

 

저는 엉~엉~ 울면서 이제 우리가 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몸은 울고 있는데 속으론 웃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7년동안 열심히 농사 지어도 빚은 그대로이고
최근엔 제 수중에 돈이 없어 첫째 아이 학원 보낼때 맘 고생시키고 둘째 아들 사달라는 옷도 못사줘서 너무 비참했습니다
이놈의 사과농사 힘들게 지어봐야 남편이 주식에 다 넣어 빈털털이가 되고 세상도 밉고 나도 밉고 남편도 밉고 확 다 불질러 버리고 싶은 맘이였나봅니다
아니면 남편 마음이였을까요...?

 

예전엔 돈에 관심없다며 남편이 주는 용돈을 조금씩 받아서 썼는데

 

마음 공부를 하다보니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는 애기 마음
돈 때문에 서럽고 수치당해서
탐욕스럽게 집착하는 마음을 남편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편에게 가진거 다 팔아서 빚 갚고
소박하게 살고 싶다고 울면서 이야기 했는데

 

남편은 자기에겐 소망이 있다며 저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합니다
남편은 주식을 자신의 아들처럼 생각한다는데
남편이 주식에 집착하는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아들 둘이 있는데
둘이 서로를 너무 미워합니다

 

저의 어떤 모습 때문에 둘이 그리 다툴까요...?

 

혹시 오빠랑 죽은 동생에게 사랑을 뺏겨다고 생각하는 무의식 때문일까요...?

 

자운선가 다녀온 후로 남편이랑 사이가 급속도록 좋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남편에게 당신이 엄청 밉다고 이야기 하면 남편이 제 이야길 잘 들어줍니다 ㅎㅎㅎ
그런 남편이 너무 고맙고

 

혜라님께도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계단에서...
비가 오는데 옷 젖지 않길 바라지 말고
넘어졌는데 무릎 안아프길 바라지 말라는 말씀
잘 간직하며 살고있습니다

 

그 날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혜라님~! 여전사 같습니다

 

넘 멋지십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