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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라님, 궁금해요


합격과 불합격 둘다 인정이 되지 않아요 - 은강

2018-11-30 00:00

닉네임 '은강'님이 이메일로 보낸 질문 내용입니다.

 

 

 

저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데 2, 3문제만 풀어도 오늘 할 일을 다 한 것 같고 지쳐서 한참 쉬어야 해요. 특히 영어를 풀 때 심해요. 올해 초에는 다른 과목은 잘 봤는데 영어가 60점이 나와서 총점에서 미미한 차이로 시험에 떨어졌어요. 그런데 그때 깜짝 놀라서 내가 왜 합격을 바라볼 점수가 나왔지? 이럴 리가 없는데? 하고 바로 한달뒤에 다음 시험도 있었지만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도 공부를 안 하고 확 놔 버려서 그 시험은 많은 점수차로 뚝 떨어졌어요.

 

 

혜라님 강의에서 시험에 떨어지는 걸 받아들이라고 하셨는데, 내년에도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가족한테 버림받는 개두려움이 올라오는데 이것을 받아들이는 게 너무 힘들어요... 그렇다고 합격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지도 않아요. 절대 합격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떨어지는 것도 못 받아들이는 이상한 마음이에요. 둘다 더 청산되어야 제가 공부를 순순히 할 수 있는 상태가 될까요?

 

 

그저께 연단 하면서 대학교 다닐 때 열등한 저를 엄청나게 미워하고 머리를 때리면서 비하하고 수치줬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나를 미워하는 나를 인정했더니, 그게 제가 저를 너무 좋아해서 그래서 내가 이러다 잘못될까봐 (이러다 마치 지금처럼 있을 자리 없이 살게 될까봐) 무서워서 미워했던 거라고 사실 나를 좋아해서 그렇게 화내고 수치주며 몰아세웠던 거란 게 훅 느껴지면서 많이 울어내기도 했어요. 사실 너무 좋아해서 그랬다고ㅠㅠ 그랬더니 뱃속 깊이에서 뭔가 꿈틀꿈틀하면서 요동치던데 그때 기억이 좀 청산되고 있는 걸까요? 이거는 더 청산해야겠죠 그런 기억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결론은, 저는 내년에 합격하고 싶어요.ㅠㅠㅠ 그런데 떨어지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고 합격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어요. 그리고 붙어야 한다고 집착해요. 그러면서도 공부는 잘 안 하고 있어요... 그러면 떨어지겠죠? 근데 떨어지는 게 인정이 안 돼요. 이 상태로 고착되었어요... 혜라님.. 저 떨어질까요? 떨어진다는 게 상상이 안 돼요. 합격한 모습도 상상이 안 되구요. 저 합격하고 싶어요 .. 시험은 120일 가량 남아 있어요. 책상에는 오랜만에 앉았어요... 저 진짜 이상하네요 이런데도 떨어질 거란 게 인정이 되지 않아요 ㅠㅠㅠ

 

* 저는 정규수행모임 1회 참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