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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이트 2012-05-13 22:58
이번 4박 5일 수행을 시작하는 날 아침,
기분 좋게 mp3를 귀에 꼽고 댐으로 출발하던 저는 갑작스런 관념의 공격에
또 미친여자 처럼 산책로로 뛰쳐가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가장 쳐다보기 싫었던, 무서워서 피하고 있었던 관념이 올라왔기 때문이죠.
그건 바로 동생에 대한 죄책감이었습니다.
분명히 청산해야할 관념이란 걸 알고, 청산할 상황도 자꾸 주어지는데도
다른 관념을 청산한답시고 미뤄왔던게 한꺼번에 폭발해서 저의 마음을 미친듯이 괴롭혔습니다.
동생에게 잘못했던 일...
사실 지금까지 동생을 대해왔던 모든 순간과 상황들이 보여지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미안해.. 정말 죽을만큼 미안해' 라고 되뇌이며 우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동생이 귀찮게 군다고 생각해서 동생과 치고 받고 싸웠던 일,
항상 동생이 미웠던 나, 이불로 덮어놓고 때리기도 하고 심지어 목까지 졸랐던 그 모든 순간들이 스쳐가면서
동생의 마음을 느껴보니 그저 사랑받고 싶고, 누나와 장난치고 싶었을 뿐인 어린아이가
너무 서러워서.. 무서워서.. 사랑받고 싶어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 마음을 느끼자니 정말 죽고 싶고 지나왔던 모든 순간들이 후회되서
그냥 이대로 사라져 버리고만 싶었습니다.
이 죄책감은 저를 계속 괴롭히면서 마치 진짜 내 마음인 것처럼, 관념이 아닌 것처럼 굴더군요.
죄책감을 느껴서 내보내면 그게 동생한테 죄를 짓는 것 같고
동생을 그렇게 괴롭게 만든 내가 이걸 청산해도 되나? 하면서 차라리 고통을 계속 느끼고 싶은 마음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렇게 삼일 동안 내내 동생의 마음이 되서 괴롭고 무서운 걸 느끼고
동생을 때리고 무시하던 저를 자책하며 그저 "어떡해.. 어떻게해..." 하며 울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날 연단시간에 또 저를 괴롭히는 죄책감을 느끼며 눈물을 흘리는데
5살 꼬마 모습을 한 동생이 어린 저를 가만히 꼭 껴안아주더군요.
"누나 난 괜찮아.. 이제 누나 그만 괴롭혀도 돼 " 라고 말하면서요.
그러자 어린 제가 펑펑 울면서 말합니다.
"정균아 너무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그냥 나는 너무 무서웠어..
갓 태어난 니가 너무 반짝거려서.. 너무 예뻐서 엄마 아빠의 사랑을 다 빼앗아 갈까봐 너무 무서웠어..
그래서 니가 미웠어.. 니가 사랑해달라고 나 좀 봐달라고 하는 거 알면서도 그냥 쳐다보기 싫었어..
미안해.. 누나가 너무 미안해.. 이런 누나라서 정말 미안해.."
이렇게 어린 제가 되서 울고, 또 그런 저를 위로 하며 괜찮다고.. 이제 정말 괜찮다고 말해주며 연단을 마쳤습니다.
그러고나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어린 나의 마음도, 동생의 마음도 진심으로 이해가 됬습니다.
둘다 그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데.. 바보 같이 서로 사랑해 달라고 치고 받고 싸우던 아이들..
싸우고 나면 너무 괴롭고 미안한데도 내 맘 몰라주는게 야속해서 매일같이 그 싸움을 반복했던..
안타깝고 불쌍한 그 두 아이를 꼭 껴안아 달래면서 제 안의 죄책감을 내보냈습니다.
이렇게 죄책감을 내보내고 오늘 동생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어.." 하고 전화를 받는 동생의 목소리에는 지독한 슬픔과 괴로움이 느껴집니다.
지금 괴로워하고 있을 동생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길 바라며 말을 꺼냈습니다.
"정균아.. 음.. 누나가 이번 4박 5일 동안에 너랑 있었던 일을 청산했어"
"어.. 근데?"
"근데.... 누나가 지금까지 너한테 했었던 모든 행동 있잖아.. 그게....
사실은 누나가 너무 무서워서 했던 행동들이야.. 내가 너를 때리고.. 무시하고 했던 건 진짜 니가 못나서가 아니라
그냥.... 누나가 너무 무서웠어.. 니가 태어나서.. 니가 너무 반짝거리고 예뻐서...
사랑 못받을까봐.. 엄마 아빠 사랑을 니가 다 빼앗아 갈까봐 너무 무서워서 그런거야.
누나가 정말.. 너무 미안해... 진짜 너는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고, 멋있는 존재야. 정균아 사랑해.."
그렇게 울먹이며 말을 마쳤습니다.
그러자 동생은 3초 정도 가만히 있더니 "..응.."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 짧은 대답에서 수많은 감정이 느껴집니다.
가장 사랑받아야 할 사람..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는 너무 잘압니다.
그게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도요..
이제 동생이 그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나아가길 가만히 바래봅니다.
이상할 정도로 죄책감은 느껴지지 않고, 그저 동생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어떤 감정도, 어떤 상황도 그저 관념이란 것을요.
죄책감이라는 이 관념은 정말 내 생각 인 것처럼, 진짜 나인 것처럼 나를 괴롭혔지만,
이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요.
진짜 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걸요..
이렇게 하나씩 몸으로 알아가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 글을 읽는 도반님들도 혹시 누군가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계시다면
두려워 말고 상황을 바라보며 내려놓으시길 바랍니다.
죄책감을 가지게 한 상황을 만든 '나'는
진짜 당신이 아니라 그저 관념일 뿐이니까요,
진짜 당신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사랑스런, 본성 그자체니까요.
모두 모두 사랑합니다. 완전한 본성을 회복하는 그날까지, 함께 걸어나가요!